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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이야기/초록학교

코로나와 집콕놀이키트 (약 6천원의 행복)

코로나-19로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된 것도 8월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고 볼 수 있는 수도권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것도 8월 30일. 

 

열흘이 흘렀고

5일이 채워집니다.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이 없고 놀라지 않은 이 없는 지금의 상황.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포스트 코로나'를 지나 '위드 코로나'로 이어집니다. 

 

 

마스크와 손씻기,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오늘날

 

 

모두가 힘든 가운데 아이들과 함께 실내에서 복작복작 살아야 하는 부모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지요. 

 

조금 큰 아이들은 그나마 컨트롤이 되는데, 아직 어린 유아들은 실컷 뛰지도, 마음껏 소리 지르지도 못한 채 거의 집 안에서 지내야 하니, 은연중에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클 것이고, 그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보호자들의 마음도 혼란과 어려움 투성이 일 것입니다. 

 


# 놀이에 대한 공부 시작

 

올 초부터 대두된 코로나 사태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놀이'란 무엇일까, 제대로 된 '놀이터'가 얼마나 중요한가 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팔다리를 움직여 어떻게든 놀아야 숨을 쉴 수 있는 아이들에게 너른 대지에서 마음껏 놀지 못하는 환경은 아이의 정서와 성격에 생각보다 큰 악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놀이'에 관한 책을 찾아봤습니다. 

일반적인 플라스틱의 산업화되고 정형화된 놀이터에서 노는 놀이가 아닌, 쾌적하고 안전한 자연 속에서, 또는 실컷 탐험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모험놀이터와 관련된 책들을 말이지요. 

 

한국의 놀이터활동가이자 놀이 전문가로 십여 년이 넘는 세월을 움직여오신 편해문 선생님의 책 <위험이 아이를 키운다>와 공간혁신과 놀이 활동가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계신 김성원 선생님이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 두 권을 즉각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혼자 읽은 것은 아니고 아이에게 놀이밥이 필요함을 느끼고 놀이와 놀이터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싶은 엄마들 30여명과 함께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온라인 줌미팅으로 만나 대화 나누고... 를 4번 반복했더니 2권의 책 완독과 함께, 놀이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 우리가 서 있었습니다. 

 

지금, 놀지 못해 영혼이 다치는 것보다 놀다가 뼈가 부러지는 게 낫다. _위험이 아이를 키운다 278쪽
어린이로부터 위험을 숨겨 위험가 만날 수 없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_편해문

여러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당장 지금 어른들이 어렸을 적에 놀았던 놀이터와 같이 살아있는 놀이공간을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순 없어도, '놀이'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는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유, 환대, 허용

이 세가지의 요소가 놀이에는 너무나 중요했습니다.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만큼 놀아보자!

 

 


# 팝업놀이터 = 집콕 놀이 미션(종이컵)

 

꾸준히 책을 읽어나가기로 했습니다. 놀이와 관련된 책, 아이들의 영혼과 관련된 책. 

9월에는 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을 기반으로 한 <12 감각을 깨워야 내 아이가 행복하다_김현경>을 읽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끼리 만나 팝업 놀이터의 형식으로 종이, 나무, 돌 등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푹 빠져 놀아보는 '팝업 놀이터'를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2.5단계 시행으로 당분간 외부 접촉 없이 집콕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엄마들은 각자 집에서 집콕 놀이 미션을 만들어 각자 놀아보고 함께 나누는 팝업 놀이터를 계획해봤습니다. 

 

첫 2주 동안의 미션은 '종이컵'입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컵. 그걸 잔뜩 풀어주고 실컷 놀아보는 겁니다. 

 

(쓰레기 발생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한번 먹고 버리는 음료용 종이컵과 다르게 이 종이컵은 놀이용으로 보관했다가 쓰고를 반복할 영구적인 놀잇감입니다!)

 

이왕 놀 거 바로 실행하자 해서, 배송이 가장 빠른 사이트에서 500개를 주문합니다. 

6,900원의 행복, 우리들의 '집콕 놀이 키트'입니다. 

 

 

 

(제품 구입 사이트가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택배가 오자 말자, "자 마음껏 놀자"하며 종이컵을 꺼내 줍니다. 

 

 

 

 

한 가지 재료에 푹 젖게 해 보는 것이 진짜 놀이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종이컵 한 줄도 아니고, 500개로 마음껏 놀아보라 하니, 이렇게 쌓습니다. 

높이높이 쌓습니다!!!

 

보기만 해도 즐거운 시간~

 

 

 

 

일부러 하얀 종이컵을 고른 것은 색칠도 하며 공예작품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위로 아랫부분을 살짝살쭉 가위 집을 줘서 펴면 문어 탄생!

 

다양한 표정의 문어로 역할 놀이 시작!

 

 

 

 

종이컵은 쌓았다 무너지고 쌓았다 무너지고를 반복!

 

온 가족 총동원되어 종이컵 쌓기에 몰입해 봅니다~

 

 

높이 높이 쌓은 종이컵을, 종이컵 글러브를 끼고 얍 얍! 무너뜨리는 놀이를 하니 

아이의 마음도 부모의 마음도 펑 뚫리는 쾌감이 생깁니다. ㅎㅎㅎ

 

이왕 놀 거 이렇게 제대로 놀아야지요. 

 

(전국 각지에서 종이컵으로 신나게 놀고 있는 사진을 공유하며 흐뭇해지는 순간들입니다)

 


정말 물리적으로 위험한 순간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적정 규모의 허용된 위험은 자신의 한계를 알아차리게 하여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라고 마스크만 끼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안 돼 안 돼 라고 하던 말을 조금은 줄이고, 된다 된다로 태도를 살짝 바꾸며

아이와 실컷 놀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2주간은 종이컵!

다음 주는 또 어떤 미션으로 놀아볼지 엄마들과 온라인으로 머리 맞대 봐야겠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보자!

화이팅!!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